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올릴까 — 가치보존·PER·PBR 세 모형과 '배당 vs 소각' 세금 차이
자사주 매입 공시가 나오면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산수만 놓고 보면 시가로 사는 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바꾸지 않습니다. 주가가 오르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알아야 "얼마나 오를 만한가"를 따져 볼 수 있습니다.
시가 매입은 주가 불변 — 가치보존의 산수
가상의 회사로 계산합니다. 유통주식 950만 주, 주가 5만 원이면 유통 시가총액은 4,750억 원입니다. 회사가 현금 237.5억 원으로 자기 주식 475,000주를 5만 원에 삽니다.
| 항목 | 매입 전 | 매입 후 |
|---|---|---|
| 주주 몫 가치(시가 기준) | 4,750억 원 | 4,750억 − 237.5억 = 4,512.5억 원 |
| 유통주식 | 9,500,000주 | 9,025,000주 |
| 1주 가치 | 50,000원 | 50,000원 |
회사 밖으로 나간 현금만큼 회사 가치가 줄고, 주식 수도 같은 비율로 줄어 1주 가치는 그대로입니다. 완전시장에서는 배당 정책이 기업가치를 바꾸지 않는다는 Miller·Modigliani(1961)의 결론을 자사주 매입에 적용한 것입니다. 이 글과 계산기는 이것을 기준선(가치보존 모형)으로 씁니다.
(50,000 × 9,500,000 − 237.5억) ÷ 9,025,000 = 50,000원
그럼 언제 오르나 — 세 가지 경로
① 내재가치보다 싸게 살 때. 이 회사의 1주 내재가치가 6만 원인데 시장가 5만 원에 산다면, 파는 주주는 6만 원짜리를 5만 원에 넘기는 셈입니다. 그 차이가 남는 주주에게 갑니다.
남는 주주 1주당 이전 이익 = (60,000 − 50,000) × 475,000 ÷ 9,025,000 = 526원. 반대로 내재가치보다 비싸게 사면 남는 주주가 손해를 봅니다.
② 시장이 배수를 유지할 때. 매입 후 EPS 는 5,000원에서 5,201.58원(+4.03%)으로 오릅니다(계산은 자사주 소각하면 EPS 가 오를까 참고). 시장이 PER 10배를 그대로 쳐 준다면 주가는 52,016원이 됩니다. BPS 는 60,000원에서 60,526원이 되므로, PBR 0.83배를 유지한다면 50,439원입니다. 다만 이 두 값은 "배수가 그대로"라는 가정일 뿐입니다. 회사가 현금을 내보내면 재무 위험이 조금 커지므로 배수가 꼭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③ 신호 효과. 경영진이 "지금 주가는 싸다"고 판단해 산다는 정보로 받아들여지면 시장이 기업가치 자체를 다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실증 연구로는 Ikenberry·Lakonishok·Vermaelen(1995)이 유명합니다. 1980~1990년 미국 공개시장 자사주 매입 공시를 분석해 공시 후 4년 매수·보유 초과수익이 평균 12.1%라고 보고했습니다. 다만 해외의 오래된 표본이고 평균값이라 개별 종목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습니다. 계산기도 이 값을 쓰지 않습니다.
BPS 함정 — PBR 이 1보다 높으면 BPS 는 떨어진다
매입액은 자본에서 그대로 빠집니다(K-IFRS 1032 문단 33). 그래서 BPS 보다 비싸게 사면 1주당 순자산이 줄어듭니다. 앞 회사의 자본이 2,850억 원(BPS 30,000원, PBR 1.67배)이라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지표 | 매입 전 | 매입 후 |
|---|---|---|
| BPS | 30,000원 | 28,947원 (−3.51%) |
| ROE | 16.67% | 17.97% |
| EPS | 5,000원 | 5,201.58원 (+4.03%) |
BPS 가 떨어져도 ROE 와 EPS 는 오를 수 있습니다. ROE 는 기존 ROE 가 매입 자금의 세후 기회비용률(예시 2.34%)보다 높으면 오릅니다. "자사주 매입 = BPS 상승"은 저PBR 주식에서만 맞는 말입니다.
배당 vs 자사주 소각 — 세후 385,000원 차이
같은 237.5억 원을 배당으로 주면 주당 2,500원입니다. 1,000주를 가진 주주 입장에서 비교합니다(배당소득세 15.4%, 매도 세율 0.20%, 수수료 0.015%는 예시값).
| 항목 | 배당 | 자사주 매입·소각 |
|---|---|---|
| 받는 현금 | 2,500,000원 − 세금 385,000원 = 2,115,000원 | 0원 |
| 주식 평가액 | 1,000 × 47,500원(배당락) = 47,500,000원 | 1,000 × 50,000원 = 50,000,000원 |
| 총자산 | 49,615,000원 | 50,000,000원 |
회사에서 나간 돈은 같지만, 남는 주주에게는 소각 쪽이 385,000원(= 배당소득세) 많습니다. 배당은 받는 순간 원천징수되고(소득세법 §129①2나 — 소득세 14%, 지방소득세 별도), 소각은 가치가 주가에 남아 팔 때까지 과세가 미뤄지기 때문입니다.
현금이 필요해 배당과 같은 비율(50주)을 직접 판다면 수수료와 거래세 5,375원이 들고, 총자산은 49,994,625원입니다. 그래도 배당보다 많습니다. 소액주주의 장내 매도에는 현행 양도소득세가 없어 이연이 사실상 비과세가 되지만, 대주주는 양도소득세를 따로 따져야 합니다. 금융소득이 연 2천만 원을 넘어 종합과세되는 사람, 고배당기업 분리과세(조특법 §104의27, 14~30% 구간 세율)를 적용받는 사람은 세율이 달라집니다. 고배당기업에 해당하는지는 회사 공시로 확인하세요.
한계 — 모형이 말해 주지 않는 것
- 공시한 매입이 실제로 다 집행되는지는 별개입니다. 상장법인은 이사회 결의 공시 다음 날부터 3개월 안에 장내에서 사야 합니다(자본시장법 시행령 §176의2③).
- 사고 나서 소각하지 않고 다시 팔면(처분) 주식 수는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3차 상법 개정 이후에는 원칙적으로 1년 내 소각이므로 이 위험이 줄었습니다(상법 §341의4). 자세한 내용은 자사주 의무 소각 총정리에 있습니다.
- 취득 한도는 배당가능이익입니다(상법 §341①단서, 자본시장법 §165의3②). 한도를 넘는 계획은 그대로 집행될 수 없습니다.
- 세 모형 모두 공시 후 실제 주가를 예측하지 않습니다.
- Miller MH, Modigliani F. Dividend Policy, Growth, and the Valuation of Shares. The Journal of Business. 1961;34(4):411-433. doi:10.1086/294442
- Ikenberry D, Lakonishok J, Vermaelen T. Market underreaction to open market share repurchases.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1995;39(2-3):181-208. doi:10.1016/0304-405X(95)00826-Z
- 한국회계기준원. 기업회계기준서 제1032호 「금융상품: 표시」 문단 33. 원문 목록
- 「소득세법」 제129조 제1항 제2호. 법률 제21221호(2026.1.1. 시행).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 「조세특례제한법」 제104조의27. 법률 제21467호(2026.9.18. 시행).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 「상법」 제341조·제341조의4. 법률 제21448호(2026.3.6. 시행).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5조의3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76조의2.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