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부터 갚을게요”는 통할까 — 지정충당·합의충당·경매 배당금 예외
원금이 줄어야 이자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채무자는 “이번 돈은 원금으로”라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혼자 정해서는 안 되고, 상대방과 합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합의는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합니다.
충당 순서의 우선순위 — 약정 → 지정 → 법정
대법원 2014다71712 판결은 「변제충당에 관한 민법 제476조 내지 제479조는 임의규정이므로 변제자와 변제받는 자 사이에 위 규정과 다른 약정이 있다면 약정에 따라 변제충당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약정이 없으면 지정(제476조), 그것도 없으면 법정충당(제477조·제479조)입니다.
그런데 비용·이자·원본 사이에는 「지정」이 없다
빚과 빚 사이(A 빚이냐 B 빚이냐)는 갚는 사람이 지정할 수 있습니다(제476조 제1항). 하지만 한 빚 안의 비용·이자·원본 순서는 다릅니다. 대법원 80다3009 판결은 「민법 제476조는 준용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합의가 없는 한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로 충당하여야 할 것이고 채무자는 물론 채권자라도 위 법정순서와 다르게 일방적으로 충당의 순서를 지정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2018다204787 판결도 같은 취지입니다.
합의가 인정되는 두 경우
- 명시적 합의 —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합의가 있는 경우」(2009다12399).
- 묵시적 합의 — 「당사자의 일방적인 지정에 대하여 상대방이 지체 없이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묵시적인 합의가 되었다고 보이는 경우」(2009다12399, 같은 취지 90다카7262). 채무자가 “원금으로 넣어 주세요”라고 보냈는데 채권자가 바로 이의하지 않았다면 다툼의 여지가 생깁니다.
둘 다 증거가 관건입니다. 대법원 2018다204787 판결은 「이러한 합의가 있는지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할 책임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체 메모 한 줄보다는 상대방이 동의한 문자·서면이 낫습니다.
얼마나 차이 나나 — 계산 예시(가상)
2025-01-01에 1천만 원을 연 12%로 빌리고 2025-07-01에 300만 원을 갚았습니다. 기준일 2025-12-31.
| 충당 방식 | 남은 원금 | 남은 이자 | 남은 채무 합계 |
|---|---|---|---|
| 법정충당(이자 먼저) | 7,598,356원 | 457,150원 | 8,055,506원 |
| 원금 먼저 합의 | 7,000,000원 | 1,019,506원 | 8,019,506원 |
반년 사이 차이는 36,000원입니다. 합의해도 이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뒤로 밀릴 뿐입니다(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지 않는 단리 기준). 차이는 원금이 더 일찍 줄어든 기간의 이자만큼이라, 금액이 크고 기간이 길수록 커집니다. 법정충당 계산 과정은 비용→이자→원금 해설에 있습니다.
실제 사건 — 6억 원을 갚은 뒤의 재충당 합의
대법원 2023다299789 판결(2024. 2. 29.)의 사실관계입니다. 채권자는 2015년 5억 원을 빌려주고 2018~2019년에 합계 6억 원을 돌려받았습니다. 그 뒤 월 3% 이율로 계산한 「대여금 현황」 문서에 두 안이 적혔습니다.
| 안 | 6억 원 충당 방법 | 남은 돈(문서 기재) |
|---|---|---|
| 제1안 | 47개월분 이자 705,000,000원에 먼저 | 605,000,000원 |
| 제2안 | 변제 시점마다 원금에 먼저 | 503,000,000원 |
채무자는 제2안 옆에 「제2안을 수용하겠습니다」라고 쓰고 서명했습니다. 원심은 합의가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며 법정충당으로 계산했지만, 대법원은 양쪽이 제출한 서면 진술로 합의에 대한 재판상 자백이 성립했는지 심리했어야 한다며 파기환송했습니다. 이 판결은 이미 갚은 뒤에도 다시 충당을 약정할 수 있다고 하면서 한계를 붙였습니다 — 「보증인 등 이해관계 있는 제3자의 이익을 해하지 않는 이상 이미 급부를 마친 뒤에도 기존의 충당방법을 배제하고」 다시 충당할 것을 약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위 금액은 판결 이유에 적힌 문서의 수치이고, 계산기로 다시 계산한 값이 아닙니다. 그 사건 월 3% 이율이 적법한지는 판결이 다루지 않았습니다. 개인 간 대여의 이자 상한은 이자 상한 해설을 보세요.
미리 약정이 있으면 나중의 다른 지정은 안 통한다
계약서에 “변제가 부족하면 채권자가 정하는 순서로 충당한다” 같은 조항이 있다면, 채무자가 갚으면서 다르게 지정해도 「그에 대하여 채권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한 그 지정은 효력이 없어」 그 채무가 소멸하지 않습니다(98다27517). 대출 약정서의 충당 조항을 먼저 확인하세요.
경매 배당금은 합의가 있어도 법정충당
담보권 실행 경매의 배당금은 다릅니다. 대법원 2000다51339 판결은 배당금이 모든 피담보채권을 소멸시키기에 부족하면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변제충당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하여 그 합의에 따른 변제충당도 허용될 수 없으며」 법정충당 방법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빚이 여러 개일 때의 법정 순서는 여러 빚 법정충당 4단계에 정리했습니다.
체크리스트
- 상대방이 “원금부터”에 동의했는가 — 일방 통보만으로는 안 됨
- 내가 지정했을 때 상대방이 바로 이의했는가(이의 없으면 묵시적 합의 다툼 여지)
- 합의를 보여 줄 문자·서면·서명이 있는가
- 이미 갚은 돈을 다시 충당하는 합의라면 보증인 등 제3자에게 불리하지 않은가
- 대출 약정서에 미리 정한 충당 조항이 있는가
- 경매 배당금이 아닌가
- 민법 제476조·제477조·제479조. 법률 제21454호(2026. 3. 17. 시행). 국가법령정보센터. law.go.kr
- 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4다71712 판결. law.go.kr
- 대법원 1981. 5. 26. 선고 80다3009 판결. law.go.kr
- 대법원 1990. 11. 9. 선고 90다카7262 판결. law.go.kr
-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9다12399 판결. law.go.kr
-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다204787 판결. law.go.kr
- 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3다299789 판결. law.go.kr
-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다27517 판결. law.go.kr
- 대법원 2000. 12. 8. 선고 2000다51339 판결. law.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