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서 적립식을 계속하면 원금이 먼저 회복되는 이유 — 그리고 그 대가
원금 1,000만원이 700만원(−30%)이 된 계좌를 생각해 봅시다. 앞으로 연 7%로 오른다고 가정하면, 그대로 두면(거치식) 64개월째에 원금을 회복합니다. 매달 50만원씩 계속 사면(적립식) 33개월째에 「넣은 돈 합계」를 넘습니다. 적립식이 더 빨리 회복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만 공짜는 아니고, 깨지는 조건도 있습니다.
① 두 방식의 정의 — 이 글의 「적립식」은 새 돈을 계속 넣는 것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투자자 교육 사이트 Investor.gov는 정액 분할 매수(dollar-cost averaging)를 「investing your money in equal portions, at regular intervals, regardless of the ups and downs in the market」라고 정의합니다.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같은 금액을 같은 간격으로 넣는다는 뜻입니다.
- 거치식: 지금 평가액 700만원을 그대로 두고 추가 매수를 하지 않습니다. 원금은 1,000만원으로 고정됩니다.
- 적립식: 보유분은 그대로 두고 매월 말 50만원을 추가로 삽니다. 원금은 매달 50만원씩 늘어납니다.
- 원금 회복: 평가액이 그때까지 넣은 원금 합계 이상이 되는 첫 달. 적립식은 원금이 늘어나므로 「주가가 고점을 회복하는 시점」과 다릅니다.
② 왜 적립식이 먼저 회복되나
거치식은 가격이 내 평단, 즉 지금 가격의 1,000/700배(+42.86%)까지 돌아와야 원금이 됩니다. 적립식으로 하락 이후에 산 몫은 평단이 지금 가격 근처입니다.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그 몫은 이익이 나고, 그 이익이 옛 보유분의 손실을 메웁니다. 그래서 가격이 평단까지 돌아오기 전에 계좌 전체가 원금을 넘습니다.
| 조건 (P 1,000만·V0 700만·월 50만·연 7% 가정) | 거치식 | 적립식 |
|---|---|---|
| 매수 비용 0% | 64개월 | 33개월 |
| 매수 비용 1% | 64개월 | 35개월 |
적립식이 33개월째 회복할 때 넣은 원금 합계는 2,650만원입니다(1,000만 + 50만×33). 「원금 회복」의 기준 금액 자체가 커졌다는 점을 같이 봐야 합니다. 가격이 처음 평단(+42.86%)에 닿는 시점은 두 방식이 똑같이 64개월째이고, 그때가 거치식의 회복 시점입니다.
매수 비용이 0이고 적립을 지금부터 시작하면, 가격 경로가 어떻든 적립식의 첫 원금 회복은 거치식보다 늦지 않습니다. 거치식이 처음 회복하는 달은 가격이 처음 평단 이상이 되는 달입니다. 그 전까지 적립식은 모두 평단보다 낮은 가격에 샀으므로, 그 달에 각 적립분의 평가액은 매수액 이상입니다.
매수 비용이 있으면 깨집니다. 원금 1,000만원·평가액 990만원·월 50만원·연 7% 가정에서 매수 비용률을 3%로 두면 거치식은 2개월째, 적립식은 3개월째 회복합니다. 거의 회복한 계좌에서는 새로 넣는 돈의 3%가 바로 손실로 잡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적립식이 항상 빠르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③ 그 대가 — 바닥에서 보는 손실 금액은 더 크다
이번엔 지금부터 6개월 동안 20% 더 떨어진 뒤 연 10%로 오르는 시나리오를 가정합니다(원금·적립액 같음, 매수 비용 0%).
| 6개월간 추가 −20% 후 연 10% 가정 | 거치식 | 적립식 |
|---|---|---|
| 원금 회복 월 | 80개월 | 39개월 |
| 최대 평가손실(원) | −4,400,000 | −4,660,838 |
| 60개월 뒤 앞으로의 연환산 IRR | 4.20% | 7.73% |
적립식은 원금을 41개월 먼저 회복하지만, 바닥 근처에서 보는 손실 금액은 26만원가량 더 큽니다. 떨어지는 동안에도 계속 사서 하락 구간에 노출된 돈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매수 비용을 1%로 두면 적립식 회복은 40개월, 최대 평가손실은 −4,688,230원, IRR은 7.45%로 바뀝니다.
IRR은 엑셀 IRR 함수와 같은 정의(현금흐름의 순현재가치가 0이 되는 수익률, 월 등간격)로 구했습니다. 이미 넣은 과거 원금은 빼고 「지금 평가액 + 앞으로 넣을 돈」만 현금흐름으로 넣었습니다. 적립식 IRR이 높은 건 이 시나리오에서 새 돈을 바닥 근처에서 샀기 때문입니다. 추가 하락 없이 바로 오르는 경로였다면 결과가 다릅니다.
④ 「목돈을 나눠 넣을까」와는 다른 질문이다
적립식이 좋다는 이야기를 「목돈도 나눠 넣는 게 낫다」로 확장하면 안 됩니다. Vanguard 연구(Finlay·Zorn, 2023)는 이미 가진 목돈을 한 번에 넣는 방식(lump sum)과 몇 달에 나눠 넣는 방식(cost averaging)을 비교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일시 투자가 「roughly two-thirds of the time」 더 나았고, 글로벌 지수 1년 기준으로는 68%였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현금으로 묵히는 몫이 위험 프리미엄을 놓친다는 해석입니다. 이론 쪽에서도 Constantinides(1979)가 정액 분할 매수가 최적 투자 정책이 아니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이 글의 적립식은 다른 질문입니다. 월급처럼 매달 새로 생기는 돈을 하락장에서도 계속 넣을지, 넣지 않고 쌓아 둘지를 묻습니다. 목돈을 쪼개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위 연구 결과가 「하락장에 적립을 멈춰라」나 「무조건 계속하라」 중 어느 쪽 근거도 되지 않습니다.
⑤ 정리
- 매수 비용이 없으면 적립식의 「원금 회복」은 거치식보다 늦지 않습니다. 가격이 평단까지 돌아오기 전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 매수 비용이 있으면 역전될 수 있습니다(평가액 990만원·비용 3% 예시에서 거치 2개월, 적립 3개월).
- 추가 하락 구간에서는 적립식의 손실 금액이 더 커집니다. 회복 속도와 바닥 손실 금액을 함께 보세요.
- 모든 수치는 수익률이 일정하다는 가정에서 나온 예시입니다. 하락이 더 길어지면 두 방식 모두 회복이 늦어집니다.
하락률별 기본 회복 년수는 수익률별 회복 기간 표에, 적립하면 필요 수익률이 얼마나 낮아지는지는 N년 안 필요 수익률 글에 정리했습니다.
-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Investor.gov. "Dollar Cost Averaging" (Glossary). 원문
- Finlay M, Zorn J. "Cost averaging: Invest now or temporarily hold your cash?" Vanguard Research. 2023 Feb. PDF
- Constantinides GM. "A Note on the Suboptimality of Dollar-Cost Averaging as an Investment Policy." Journal of Financial and Quantitative Analysis. 1979;14(2):443–450. doi:10.2307/2330513. DOI · 서지
- Microsoft. "IRR function." Microsoft Support (Excel). 원문
- Microsoft. "XIRR function." Microsoft Support (Excel).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