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전에 DC로 바꿔야 한다는 말, 숫자로 확인하기 — 최적 전환 시점 계산
"임금피크 들어가기 전에 DC로 바꿔라"는 조언은 대체로 맞지만, 이유가 자주 틀리게 설명됩니다. 손해가 나는 것은 "깎인 임금으로 앞으로 5년을 일해서"가 아니라, 이미 일한 20년치 몫이 통째로 다시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언제" 바꾸는 게 최선인지는 일반론이 아니라 기대 운용수익률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글은 그 구조를 조문으로 짚고, 시점별 총액을 실제로 계산해 봅니다.
DB는 마지막 해 임금 하나가 전부를 결정한다
"제13조제4호의 급여 수준은 가입자의 퇴직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일시금이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식으로 쓰면 DB 일시금 = (퇴직 시점 월 평균임금) × (총 계속근로연수)입니다. 앞의 항 하나에 전 근속연수가 곱해집니다. 그래서 임금이 20% 깎이면 25년치 전체가 20% 깎입니다. 피크 기간 5년치만 깎이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월 평균임금 450만원, 이미 20년 근속, 임금상승률 3%로 5년 더 일한 뒤 임금피크에 들어가 20% 삭감된 채로 5년을 더 근무하고 퇴직하는 경우입니다(총 남은 근속 10년, 피크 후 임금 동결 가정).
| 가정 | 퇴직 시점 월 평균임금 | 총 근속 | DB 일시금 |
|---|---|---|---|
| 삭감 없이 10년간 계속 3%씩 올랐다면 | 605만원 | 30년 | 1억 8,142만원 |
| 5년 뒤 피크 진입 시 20% 삭감 후 동결 | 417만원 | 30년 | 1억 2,520만원 |
| 차이 — 임금피크로 인한 DB 손실 | −5,622만원 | ||
퇴직급여가 31% 줄었습니다. 20% 삭감분에 더해, 피크 기간 5년 동안 못 받은 인상분까지 마지막 해 임금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손실은 피크 기간에 임금을 덜 받는 것과는 별개로 발생합니다 — 이미 20년을 일한 몫까지 함께 줄어드는 것이니까요.
입법자도 이 문제를 알고 있다 — 제32조 제5항
"확정급여형퇴직연금제도 또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한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근로자에게 퇴직급여가 감소할 수 있음을 미리 알리고 근로자대표와의 협의를 통하여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나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로의 변경, 퇴직급여 산정기준의 개선 등 근로자의 퇴직급여 감소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1호 — "사용자가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등을 통하여 일정한 연령, 근속시점 또는 임금액을 기준으로 근로자의 임금을 조정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거나 보장하는 제도를 시행하려는 경우"
제2호는 소정근로시간을 1일 1시간·1주 5시간 이상 단축하는 경우입니다.
조문이 DB와 퇴직금제도에만 이 의무를 지운다는 점을 보세요. DC에는 이 조항이 필요 없습니다 — 이미 납입된 부담금은 나중에 임금이 깎여도 줄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임금이 깎이면 DB가 불리해진다"는 명제를 입법자가 인정한 조문입니다. 임금피크제 시행 통보를 받으면서 퇴직급여 감소 안내와 DC 전환 등에 관한 협의가 없었다면 회사에 확인할 근거가 여기 있습니다.
다만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이고 그 방법도 DC 전환에 한정되지 않습니다("퇴직급여 산정기준의 개선 등"). 그리고 제도 변경 자체는 여전히 근로자대표의 동의 사항입니다(제4조 제3항). 개인이 신청서를 낸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면 언제 바꾸는 게 최선인가
전환 시점을 s년 뒤라고 두면, 0~s 구간은 그때까지의 근속분으로 확정돼 소급 부담금으로 DC 계정에 넘어가고(제14조 제2항 — "할 수 있다"이므로 노사가 정합니다), 그 이후는 각 해의 연간 임금총액 ÷ 12씩 쌓입니다. s를 0부터 퇴직 시점까지 옮기며 총액을 계산하면 최적 시점이 나옵니다. 위와 같은 조건에서 기대 운용수익률만 바꿔 보겠습니다.
| 전환 시점 | 그 해 연간 임금총액 | r = 2%일 때 총액 | r = 4%일 때 총액 |
|---|---|---|---|
| 지금 (s = 0) | 5,400만원 | 1억 5,967만원 | 1억 8,818만원 ← 최적 |
| 3년 뒤 | 5,900만원 | 1억 6,309만원 | 1억 8,418만원 |
| 피크 직전 (s = 5) | 6,260만원 | 1억 6,571만원 ← 최적 | 1억 8,127만원 |
| 피크 진입 직후 (s = 6) | 5,008만원 | 1억 3,465만원 | 1억 4,466만원 |
| 8년 뒤 | 5,008만원 | 1억 3,000만원 | 1억 3,490만원 |
| 전환 안 함 (s = 10) | 5,008만원 | 1억 2,520만원 | 1억 2,520만원 |
읽어야 할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 피크 직전(s = 5)과 피크 직후(s = 6) 사이에 절벽이 있습니다. r = 2%에서 3,106만원, r = 4%에서 3,661만원이 한 해 사이에 사라집니다. 소급 부담금의 기준 임금이 20% 깎인 뒤 확정되기 때문입니다. 피크에 들어간 뒤에 바꾸는 것은 늦습니다.
- 피크 전 구간에서 최적 시점은 수익률이 정합니다. r이 임금상승률(3%)보다 낮으면 늦게 바꿀수록 좋고(피크 직전이 최적), 높으면 빨리 바꿀수록 좋습니다(지금이 최적). r = g면 피크 전 어느 시점에 바꾸든 결과가 같습니다 — 경계가 r = g라는 정리가 여기서도 그대로 성립합니다.
- 어느 경우에도 "전환 안 함"이 최악입니다 — 이 예시 조건에서는 그렇습니다. 삭감률이 작거나 피크 후에도 임금이 오르거나, 기대 운용수익률이 아주 낮으면 순서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본인 조건으로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① 피크 진입 이후로 미루지 말 것 — 이건 수익률과 무관하게 성립합니다. ② 그 안에서 언제 바꿀지는 기대 운용수익률과 임금상승률의 대소로 정할 것 — 수익률이 상승률보다 낮을 것 같으면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고, 오히려 피크 직전까지 DB의 재평가 효과를 누리는 편이 낫습니다.
임금피크제도 한 가지 모양이 아니다
계산 전에 회사 단체협약·취업규칙에서 확인해야 할 것들입니다. 판정기가 이 값들을 전부 입력으로 둔 이유입니다.
| 확인 항목 | 왜 결과가 달라지는가 |
|---|---|
| 삭감률 | 절벽의 깊이를 결정합니다. 10%와 30%는 전혀 다른 그림입니다 |
| 일괄 삭감 / 매년 체감 | 정년유지형은 진입 시 한 번 깎고 유지, 정년연장형은 매년 추가로 깎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년 체감이면 절벽이 완만한 내리막이 되고 최적 시점의 위치도 달라집니다 |
| 피크 후 임금 인상 여부 | 삭감 후 동결인지, 소폭이라도 오르는지에 따라 마지막 해 임금이 달라지고 그것이 DB 전체를 결정합니다 |
| 피크 기간의 길이 | 정년연장형은 연장된 기간만큼 근속연수도 늘어납니다 — 삭감과 반대로 작용합니다 |
| 과거기간 소급 산정 기준 | 법령에 산식이 없고 노사가 정합니다. 기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집니다 |
바꾼 뒤에 운용하지 않으면 계산은 의미가 없다
위 표에서 r = 4%가 r = 2%보다 나은 것은 실제로 그 수익률을 냈을 때 이야기입니다. DC로 옮기면 운용 주체가 가입자 본인이 됩니다(제21조 제1항 — "적립금의 운용방법을 스스로 선정할 수 있고, 반기마다 1회 이상 …변경할 수 있다"). 그리고 DB에 있던 안전장치는 따라오지 않습니다.
"사용자는 …퇴직연금사업자가 지급한 급여수준이 제15조에 따른 급여수준에 미치지 못할 때에는 …14일 이내에 그 부족한 금액을 해당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DB는 운용이 나빠도 회사가 채웁니다. DC는 운용 결과가 곧 급여이고 원금 손실도 근로자 몫입니다.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2026. 5. 20.)에 따르면 그 해 전체 수익률은 6.5%로 제도 도입 이래 최고였지만, 가입자 상위 10%는 19.5%, 하위 10%는 0.5%였습니다. 운용 방식별로도 TDF는 13.7%, 디폴트옵션은 3.7%(그 안에서 안정형 비중 85.4%)로 갈렸고 실적배당형 비중은 전체의 24.6%에 그쳤습니다. DC로 옮겨 놓고 원리금보장형에 그대로 두면 이 글의 계산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판정기의 수익률 칸에는 "내가 실제로 할 운용"의 기대치를 넣으세요. 상품별 수익률과 수수료는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정리
- DB는 퇴직일 기준 임금 × 전 근속연수다(제15조) — 임금이 20% 깎이면 과거 근속분 몫도 함께 깎인다
- 예시 조건에서 20% 삭감은 임금 감소와 별개로 DB 일시금을 5,622만원(31%) 줄였다
- 제32조 제5항 제1호는 회사에 퇴직급여 감소 사전 고지와 DC 전환 등 협의 의무를 지운다 — DB·퇴직금제도에만 있는 조항이다
- 피크 진입 이후 전환은 늦다 — 소급 부담금의 기준 임금이 이미 깎인 뒤라서 절벽이 생긴다
- 피크 전 구간에서 언제가 최적인지는 기대 운용수익률과 임금상승률의 대소가 정한다 — 일반론이 아니라 계산 결과로 판단할 것
- 제도 변경은 근로자대표 동의 사항이고(제4조 제3항), 되돌리기 어렵다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32조(사용자의 책무) 제5항 제1호·제2호 — 임금 조정과 정년 연장·보장 제도를 시행하려는 경우의 사전 고지·협의·필요조치 의무. <신설 2018. 6. 12., 개정 2021. 4. 13.> 원문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5조(급여수준) — "가입자의 퇴직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일시금". 원문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4조(가입기간) 제2항 — 제도 설정 전 근로기간의 가입기간 산입("할 수 있다"). 원문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0조(부담금의 부담수준 및 납입 등) 제1항·제3항 —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 매년 1회 이상 정기 납입. 원문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7조(급여 종류 및 수급요건 등) 제3항 — 급여 부족분의 사용자 지급 의무(14일 이내). 원문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1조(적립금 운용방법 및 정보제공) 제1항 — DC 가입자의 운용방법 선정·변경. 원문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퇴직급여제도의 설정) 제3항 — 제도 변경 시 근로자대표의 동의. 원문
-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 — 퇴직연금 적립금 500조원 돌파, 역대 최고 수익률(6.5%) 달성 (보도자료, 2026. 5. 20.). TDF 13.7% vs 디폴트옵션 3.7%(안정형 85.4%), 상위 10% 19.5% vs 하위 10% 0.5%, 실적배당형 24.6%. 원문
- 금융감독원. 「금융꿀팁 200선」 <135> 퇴직연금 DB형·DC형 선택·전환시 유의사항 (금융감독원 보도참고자료 2022. 11. 21., 6쪽) — "임금피크제를 앞두고 있는 근로자라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기 전에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수록본(2022. 11. 22. 게재)의 본문으로 확인했으며, 금융감독원 원본 게시 페이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수록본
-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 퇴직연금 사업자·상품별 수익률과 수수료 비교공시.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