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형·DC형 유불리는 "임금상승률 vs 운용수익률" 한 줄로 갈린다 — 경계값이 근속연수와 무관한 이유
"DB가 유리한가, DC가 유리한가"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두 산식을 나눠 보면 답이 나오는 산수입니다. 그리고 그 답은 놀랄 만큼 단순합니다 — 단순 모형에서 경계는 정확히 기대 운용수익률 = 임금상승률이고, 근속연수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대신 경계를 벗어난 뒤의 격차는 근속연수에 비례해 벌어집니다. 이 글은 그 두 문장이 왜 동시에 참인지를 조문과 식으로 보입니다.
두 제도의 산식은 애초에 다른 것을 곱한다
"제13조제4호의 급여 수준은 가입자의 퇴직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일시금이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제13조 제4호는 확정급여형퇴직연금규약의 "급여수준에 관한 사항"입니다 — 제15조만 떼어 읽으면 무엇의 수준인지 알 수 없습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어구는 "퇴직일을 기준으로"입니다. 20년을 일했다면 20년치가 각각 그해 임금으로 쌓이는 것이 아니라, 퇴직할 때의 임금 하나에 20을 곱합니다. 임금이 오르면 과거 근속분도 같이 오르고, 임금이 깎이면 과거 근속분도 같이 깎입니다.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한 사용자는 가입자의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현금으로 가입자의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납입하여야 한다."
DC는 그해 임금으로 그해 몫이 확정되고, 그 뒤로는 운용 결과가 붙습니다. 과거를 다시 계산하지 않는 대신 과거를 굴립니다. 납입 주기는 같은 조 제3항이 "매년 1회 이상 정기적으로"라고만 정하므로, 계산할 때는 연 1회 납입을 가정하는 것이 보수적입니다(월납이면 운용기간이 길어져 DC 쪽이 조금 더 유리해집니다).
두 조문 모두 "이상"이라는 하한 규정입니다. 회사 규약이 30일분보다 후하거나 1/12보다 후할 수 있으므로, 비교하기 전에 규약을 먼저 봐야 합니다. 판정기가 규약 배수를 입력값으로 둔 이유입니다.
나눠 보면 경계가 나온다
남은 근속연수를 N, 연평균 임금상승률을 g, 기대 운용수익률을 r이라고 두겠습니다. 규약 배수가 같고 연간 임금총액 ÷ 12 = 월 평균임금이며 연말에 한 번 납입한다고 하면, 앞으로 쌓일 몫은 이렇게 됩니다.
DB 장래분 = 퇴직 시점 월 평균임금 × N = M₀(1+g)N × N
DC 장래분 = Σt=1…N M₀(1+g)t(1+r)N−t = M₀(1+g)·[(1+r)N − (1+g)N] ÷ (r − g)
비율 = [(1+r)N − (1+g)N] ÷ [(r − g) · N · (1+g)N−1]
이 값은 r에 대해 단조증가하고, r = g에서 정확히 1이 됩니다(r → g 극한을 취하면 분자가 N(1+g)N−1(r−g)로 수렴해 약분됩니다). 즉 r > g면 DC, r < g면 DB, r = g면 동일입니다.
여기 N이 있지만, 등식 비율 = 1을 푸는 순간 N은 양변에서 사라집니다. 그래서 손익분기 수익률 r\* = g이고, 3년을 남겼든 30년을 남겼든 경계는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숫자로 확인하면 이렇습니다(g = 3% 고정).
| 남은 근속 | r = 1% | r = 2% | r = 3% | r = 4% | r = 5% |
|---|---|---|---|---|---|
| 10년 | 0.917 | 0.957 | 1.000 | 1.045 | 1.092 |
| 20년 | 0.835 | 0.913 | 1.000 | 1.098 | 1.208 |
| 30년 | 0.763 | 0.871 | 1.000 | 1.154 | 1.340 |
세 줄 모두 r = 3%에서 정확히 1입니다. 대신 1에서 멀어지는 속도가 다릅니다. 수익률이 1%p 높으면(r = 4%) 10년 남은 사람은 4.5%를, 30년 남은 사람은 15.4%를 더 받습니다. 반대로 2%p 낮으면(r = 1%) 10년 남은 사람은 8.3%를 잃는 데 그치지만 30년 남은 사람은 23.7%를 잃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해야 정확합니다.
- 어느 쪽이 유리한지(부호)는 근속연수와 무관하다 — 오직 r과 g의 대소로 정해진다
- 얼마나 유리한지(크기)는 근속연수에 비례해 커진다 — 젊을수록 선택의 무게가 크다
과거 근무기간을 소급해 DC로 넘기는 경우에도 경계는 같습니다. 소급 부담금 P₀는 (1+r)N으로 굴러가고, 그 몫을 DB에 남기면 M₀·n₀·(1+g)N이 되므로 둘이 같아지는 지점도 r = g입니다. 금융감독원이 「금융꿀팁 200선」 <135>에서 "'임금상승률'과 '운용수익률'을 비교하여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을 선택"하라고 안내하는 것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경계가 움직이는 네 가지 경우
"r\* = g"는 단순 모형의 결론입니다. 현실의 조건이 붙으면 경계가 옆으로 밀립니다. 판정기가 닫힌 공식 대신 이분법으로 수치해를 구하는 이유입니다.
| 조건 | 경계가 움직이는 방향 |
|---|---|
| 월 평균임금 ≠ 연간 임금총액 ÷ 12 | 연간 임금총액 ÷ 12가 크면 DC 쪽 기준액이 커져 경계가 g 아래로 내려간다(DC가 더 쉽게 이긴다) |
| 규약 배수가 서로 다름 | 후한 쪽으로 경계가 밀린다 — 규약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 |
| 납입이 연초이거나 월납 | 운용기간이 길어져 경계가 내려간다(DC 유리) |
| 연도별 상승률이 일정하지 않음(임금피크·승진·감봉) | 닫힌 해가 사라진다 — 시점별로 따로 계산해야 한다 |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6호의 평균임금은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에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입니다. 상여금은 연간분의 3/12만 산입하는 것이 실무이므로, 상여 비중이 큰 사람은 연간 임금총액 ÷ 12 쪽이 큽니다. DB는 앞의 값을, DC는 뒤의 값을 쓰기 때문에 이 차이만으로도 유불리가 갈릴 수 있습니다. 판정기가 두 값을 따로 입력받는 이유입니다. 평균임금 자체를 정확히 계산하려면 퇴직금 계산기를 쓰세요.
기대값이 같아도 위험의 귀속은 다르다
여기까지는 전부 기대값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r = g여서 기대값이 정확히 같은 두 사람이 있어도, 두 사람이 지는 위험은 같지 않습니다.
"사용자는 …퇴직연금사업자가 지급한 급여수준이 제15조에 따른 급여수준에 미치지 못할 때에는 급여를 지급할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그 부족한 금액을 해당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DB는 적립금 운용이 나빠도 근로자가 받을 금액이 법으로 정해져 있고, 모자라면 회사가 채웁니다. DC에는 이 조문에 대응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운용 결과가 곧 급여이고, 원금 손실도 근로자 몫입니다.
이 비대칭은 통계로도 드러납니다.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2026. 5. 20.)는 적립금 501.4조원(전년말 431.7조원 대비 16.8% 증가), 연간 수익률 6.5%로 제도 도입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히면서도, 같은 해 가입자 상위 10%는 19.5%, 하위 10%는 0.5%였다고 적고 있습니다. "평균 6.5%"는 개인의 수익률이 아닙니다.
운용 방식의 격차도 큽니다. 같은 자료에서 TDF는 13.7%였던 반면 디폴트옵션은 3.7%였고, 디폴트옵션 안에서 안정형 비중이 85.4%였습니다. 실적배당형 비중은 전체의 24.6%에 그칩니다. DC로 바꾸고 원리금보장형에 그대로 두면 계산상의 이점은 실현되지 않습니다. 판정기의 기대 운용수익률 칸에 "지금 내가 실제로 하는 운용"을 넣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 내 임금상승률 g — 통계 평균이 아니라 최근 3~5년 내 임금 인상 이력. 승진이 남았는지, 정체 구간인지, 임금피크제가 예정돼 있는지가 전부 다른 값을 만듭니다
- 내 기대 운용수익률 r — 수수료를 뺀 값으로. 원리금보장형만 쓸 계획이라면 그 상품의 금리를 넣으세요
- 회사 규약의 배수 — 법은 "30일분 이상", "1/12 이상"이라는 하한만 정합니다
- 월 평균임금과 연간 임금총액 ÷ 12 중 어느 쪽이 큰지 — 이것만으로 경계가 1%p 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 애초에 선택할 수 있는가 — 제도 변경은 근로자대표의 동의 사항이고(법 제4조 제3항), 회사가 두 제도를 모두 도입해 두지 않았다면 개인 전환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5조(급여수준) — "가입자의 퇴직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일시금이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 [시행 2026. 7. 1.] [법률 제21475호, 2026. 3. 17., 일부개정] 원문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0조(부담금의 부담수준 및 납입 등) 제1항·제2항·제3항 —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 "매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원문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7조(급여 종류 및 수급요건 등) 제1항 제1호·제3항 — 연금 수급요건(55세·가입기간 10년·지급기간 5년)과 급여 부족분의 사용자 지급 의무(14일 이내). 원문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퇴직급여제도의 설정) 제1항 단서·제2항·제3항 — 적용 제외, 차등 금지, 제도 변경 시 근로자대표 동의. 원문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제1항 제6호·제2항 — 평균임금의 정의와 통상임금 하한. 원문
-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 — 퇴직연금 적립금 500조원 돌파, 역대 최고 수익률(6.5%) 달성 (보도자료, 2026. 5. 20.). 적립금 501.4조원, 실적배당형 24.6%, TDF 13.7%·디폴트옵션 3.7%(안정형 85.4%), 상위 10% 19.5% vs 하위 10% 0.5%. 원문
- 금융감독원. 「금융꿀팁 200선」 <135> 퇴직연금 DB형·DC형 선택·전환시 유의사항 (금융감독원 보도참고자료 2022. 11. 21., 6쪽) — "'임금상승률'과 '운용수익률'을 비교하여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을 선택". 본 글은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수록본(2022. 11. 22. 게재)의 본문으로 확인했으며, 금융감독원 원본 게시 페이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수록본
-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 퇴직연금 사업자별 수익률·수수료 비교공시. 바로가기
-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통계 / KOSIS 국가통계포털 — 사업체노동력조사 임금 관련 지표(임금상승률 확인처).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