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약금 돌려받기 — 단순 변심이어도 돌려받을 수 있는 경우 (대법원 2022다247187·2021다248312 판단 기준)
“가계약금은 보낸 사람이 그만두면 날아간다”는 말은 판례와 다릅니다. 대법원은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기로 한 약정이 명백하게 인정되지 않으면, 보낸 사람이 개인 사정으로 스스로 그만둬도 가계약금이 몰취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2022다247187). 다만 가계약 단계에서 이미 매매의 핵심 조건까지 합의됐다면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때는 일반 계약금 법리가 적용됩니다.
판단 순서 — 두 가지 질문
대법원 2021다248312 판결은 두 기준을 한 문단에 나란히 적었습니다.
「가계약금에 관하여 해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약정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에 비추어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약정하였음이 명백하게 인정되어야 한다. 한편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계약의 중요 사항인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당사자들 사이에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 계약이 성립했나? 목적물·대금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까지 합의됐다면 정식 계약서가 없어도 매매계약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성립했다면 가계약금은 계약금(의 일부)이 되고, 민법 제565조 해약금 법리로 넘어갑니다.
- 성립하지 않았다면, 해약금 약정이 명백한가? “정식 계약 전에 그만두면 보낸 쪽은 포기, 받은 쪽은 배액”이라는 약속이 명백히 인정될 때만 몰취·배액이 됩니다. 아니면 받은 사람은 가계약금을 돌려줘야 합니다(부당이득 반환).
2022다247187 — 아파트 임대차 가계약금 300만 원
법원도서관 판례속보에 따르면 이 사건은 임차인이 아파트 임대차계약 교섭 단계에서 임대인에게 가계약금 300만 원을 보냈다가 개인 사정으로 계약 체결을 중단하고 반환을 구한 사안입니다. 임대인은 해약금이므로 몰취돼야 한다고 다퉜고, 원심은 가계약금은 교부자가 스스로 계약 체결을 포기하면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수령자에게 몰취된다며 임차인 청구를 배척했습니다.
대법원은 위 법리를 그대로 인용한 뒤 「당사자 사이에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는 약정이 있었음이 명백히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원고가 스스로 계약 체결을 포기하더라도 가계약금이 피고 2에게 몰취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라며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피고 2가 가계약금을 받은 임대인). “변심이니 포기해야 한다”는 논리가 그대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2021다248312 — 중개사 계좌로 보낸 2,000만 원
매수인과 매도인이 직접 연락하지 않고 각자 공인중개사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던 중, 매수인이 매도인 측 공인중개사의 계좌로 가계약금 2,000만 원을 송금한 사안입니다(미간행,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PDF). 매수인은 대출금리를 알아보는 동안 중개사가 보관하다가 대출이자가 4% 이상이면 돌려받기로 하고 보냈다고 주장했고, 원심은 매도인이 자기 측 공인중개사의 제안(매수인에게 실제 매도금액을 속이는 조건)에 응해 가계약금을 송금받은 점을 들어 「진정한 의미의 가계약금이 수수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어 원심은 다음과 같이 봤습니다.
「매매계약의 본질적 사항인 계약금, 중도금 액수 및 지급방법, 잔금의 구체적 액수 및 지급방법, 부동산 인도 시기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정황도 확인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해약금 약정도, 매매계약 성립도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단을 수긍하고 매도인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매수인의 반환 청구가 받아들여진 결론이 유지된 것입니다.
반대 사례 — 가계약서인데 계약이 성립한 2005다39594
가계약이라는 이름만으로 늘 돌려받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05다39594는 「부동산 매매에 관한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매계약은 성립하였다고 본 사례」입니다. 이렇게 계약이 성립하면 가계약금은 계약금으로 다뤄집니다. 가계약금이 약정 계약금보다 적다면 계약금 일부 지급 법리(2007다73611·2014다231378)까지 따져야 합니다.
상황별 정리
| 상황 | 결과(가계약금 G) |
|---|---|
| “계약이 안 되면 돌려준다”고 약속함 | 반환 G |
| 목적물·대금·중도금 지급방법까지 합의 → 계약 성립 | 계약금 법리(포기·배액, 일부 지급이면 임의 해제 제한) |
| 계약 불성립 + 해약금 약정이 문자 등으로 명백 · 보낸 쪽이 그만둠 | 몰취 G |
| 계약 불성립 + 해약금 약정이 명백 · 받은 쪽이 그만둠 | 배액 2G |
| 그 밖의 경우(약정이 애매하거나 없음) | 반환 G — 보낸 쪽이 스스로 그만둬도 |
위 표는 판례 기준을 단순화한 것입니다. 법원은 문자·통화 내용, 송금 경위, 중개사의 안내 등 전체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전세·월세 가계약에도 같은 법리가 쓰였고(2022다247187은 임대차), 민법 제567조는 매매 규정을 다른 유상계약에 준용합니다. 다만 중도금이 없는 임대차에서 「중도금 지급방법」 대신 잔금 조건 합의를 보는 것은 판례를 옮겨 적용한 추론입니다.
- 가계약금을 보낼 때·받을 때 주고받은 문자·메신저 캡처(특히 “안 하면 포기” 같은 문구가 있었는지)
- 송금 내역과 메모, 돈이 누구 명의 계좌로 갔는지(2021다248312는 매도인 측 중개사 계좌)
- 중개사가 보낸 안내 문자, 합의된 조건(동·호수, 대금, 중도금·잔금 일정, 입주일)
- 내용증명으로 반환을 요구한 뒤에도 돌려주지 않으면 지급명령이나 소액사건 절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