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차이 — 빚은 누구에게 넘어가나 (2023년 전원합의체 이후 기준)
부모님이 빚을 남기고 돌아가셨을 때 선택지는 셋입니다. 아무것도 안 하면 단순승인, 가정법원에 신고하면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 한정승인과 포기는 둘 다 내 재산을 지켜 주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그 빚이 다음 사람에게 넘어가느냐"입니다. 포기하면 상속인 자리가 비어 같은 순위 다른 상속인이나 다음 순위 가족이 상속인이 되고, 한정승인은 내가 상속인으로 남기 때문에 넘어가지 않습니다.
세 선택지 한눈에
| 단순승인 | 한정승인 | 상속포기 | |
|---|---|---|---|
| 근거 | §1025 제한 없이 승계 | §1028 상속재산 한도에서 변제 | §1041 신고, §1042 개시 시로 소급 |
| 신고 | 불필요(기간 경과 시 간주) | 3개월 내 재산목록 첨부 신고(§1030) | 3개월 내 신고(§1041) |
| 내 재산 | 빚 갚는 데 노출 | 보호 | 보호 |
| 빚 자체 | 승계 | 전액 존속, 책임만 한정 | 승계 안 함 |
| 남는 재산 | 순재산 전부 | 청산 후 잔여분 | 없음 |
| 다음 사람에게 전이 | 없음 | 없음 | 있음 |
| 사후 절차 | 없음 | 공고·채권신고·배당변제(§1032~§1034) | 관리 계속(§1044) |
한정승인은 빚이 사라지는 제도가 아닙니다. 대법원은 한정승인을 해도 채무는 전액 그대로이고 책임만 상속재산 한도로 줄어든다고 봅니다 — 채권자가 소송하면 판결은 채무 전액으로 나오고, 집행만 상속재산 범위로 제한됩니다(대법원 2003다30968). 반대로 포기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되므로 빚과의 관계가 끊깁니다. 두 선택 모두 신고 후에는 취소할 수 없습니다(§1024①).
포기하면 빚은 어디로 가나 — 두 갈래
포기한 사람의 몫이 어디로 가는지는 같은 단계에 남은 상속인이 있느냐에 따라 갈립니다.
- 남은 공동상속인이 있으면: 포기한 몫은 남은 상속인에게 상속분 비율대로 귀속됩니다(§1043). 다음 순위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 그 단계 전원이 포기하면: 다음 근친·다음 순위가 상속인이 됩니다. 자녀가 모두 포기하면 손자녀, 손자녀도 없거나 포기하면 부모(직계존속), 그다음 형제자매, 4촌 이내 방계혈족 순입니다(§1000). 포기는 대습상속 사유가 아니라서 손자녀는 자기 이름으로(본위) 상속합니다.
새로 상속인이 된 사람에게는 새 3개월이 주어집니다. 사망일이 아니라 "선순위가 포기해 내가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안 날"부터 셉니다(대법원 2003다43681). 그래서 가족이 차례로 포기하면 몇 달에 걸쳐 친척에게 연락이 이어지는 일이 생깁니다.
2023년에 바뀐 것 — 자녀 전원 포기 시 배우자 단독상속
예전 판례(대법원 2015.5.14. 2013다48852)는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원이 포기하면 배우자와 손자녀가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빚을 피하려면 손자녀까지 줄줄이 포기해야 했습니다.
대법원은 2023.3.23. 2020그42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이 판례를 바꿨습니다. 이제는 자녀 전원이 포기하면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고, 손자녀는 상속인이 되지 않습니다. 손자녀가 따로 포기할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 자녀 2명만 포기 → 배우자 단독상속(2020그42). 손자녀는 상속인 아님.
- 배우자와 자녀 2명 모두 포기 → 손자녀 2명이 1/2씩 상속인. 손자녀에게 새 3개월이 시작되고, 미성년이면 친권자가 안 날 기준(§1020).
- 배우자만 포기 → 자녀 2명이 1/2씩. 다음 순위로 안 넘어감(§1043).
배우자와 부모(직계존속)가 공동상속인인데 부모가 모두 포기하는 경우도 §1043 문언과 같은 논리로 배우자 단독이 된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2020그42는 자녀 사안이므로 직계존속 사안은 유추입니다. 해당된다면 법원 확인이 필요합니다. 또 직계비속·직계존속이 없으면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고 형제자매는 상속인이 아닙니다(§1003①).
법정상속분 — 배우자 1.5 : 자녀 1
같은 순위끼리는 똑같이 나누고, 배우자는 자녀나 부모와 함께 상속하면 그 1명 몫의 5할을 더 받습니다(§1009). 금전채무도 이 비율대로 당연히 나뉘어 승계됩니다(대법원 97다8809).
| 가족 | 배우자 | 그 외 1인 |
|---|---|---|
| 배우자 + 자녀 1 | 3/5 | 2/5 |
| 배우자 + 자녀 2 | 3/7 | 2/7 |
| 배우자 + 부모 2 | 3/7 | 2/7 |
| 자녀 3 (배우자 없음) | — | 1/3 |
가족끼리 "빚은 큰아들이 다 맡기"로 협의해도 채권자가 승낙하지 않으면 대외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97다8809, §454). 일부만 포기하면 그 몫은 남은 상속인에게 넘어간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전이를 막는 방법 — 1명 한정승인 + 나머지 포기
빚이 확실히 많은데 손자녀·형제자매·사촌에게 넘어가는 것이 걱정이라면, 1순위 상속인 중 1명이 한정승인하고 나머지는 포기하는 방법이 흔히 쓰입니다. 한정승인자가 상속인으로 남아 있으니 다음 순위로 넘어가지 않고, 한정승인자도 상속재산 한도에서만 책임집니다. 대신 한정승인자는 공고·채권신고 접수·배당변제 같은 청산 절차를 맡아야 하고(§1032~§1038), 상속부동산이 경매되면 양도소득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0두13630). 자세한 손익은 한정승인이 유리한 경우, 포기가 나은 경우에서, 기한 계산은 상속포기 3개월 기한 계산법에서 다룹니다.
- 「민법」 제1000조·제1003조·제1009조(상속 순위·배우자·법정상속분), 제1019조~제1044조(상속의 승인 및 포기). 법률 제21454호.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 대법원 2023. 3. 23.자 2020그42 전원합의체 결정(자녀 전원 포기 시 배우자 단독상속). 원문
-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48852 판결(2020그42로 변경된 종전 판례). 원문
- 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3다43681 판결(후순위 상속인의 「안 날」). 원문
-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30968 판결(한정승인 — 채무 전액 존속, 책임 한정). 원문
- 대법원 1997. 6. 24. 선고 97다8809 판결(금전채무 법정상속분 당연분할). 원문
-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두13630 판결(한정승인 상속재산 경매와 양도소득세). 원문